결혼할 때 맞춘 내 한복은 핫핑크 치마에, 파스텔 색동 소매 저고리에 하늘색 배자.

사실 꽤나 맘에 들었던 한복이고, 비싸게 주고 했으므로

큰동생 결혼식때는 내 한복을 그냥 입었더랬지.

그런데..

결혼식 당일날 식장과 연회장에서

'행복하게 사시라'는 신혼부부용 덕담을 몇번 들었다..

전형적인 새색시 한복인 녹의홍상이 아니어서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고 입었던 건데

새색시로 오인받아 인사를 듣고 나니 아차 싶고, 올케한테 너무 미안했었다.

게다가 ..

두번의 출산 이후 관리를 못한 덕에 몸이 훅훅 불어 입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복은, 줄일수는 있어도 늘릴 수는 없...다...ㅠㅠ

그리하여, 나는 이제 내 몸에도 맞고,

너무 새색시 같지 않으면서,

너무 늙어보이지는 않는 한복을 대여해야하는

중차대한 상황에 이르고야 말았음.

동네 한복대여점 몇군데를 가보았으나,

돈을 좀 더 주고 맞추라는 권고를 들었고.-_-^

있는 한복도 아까운 판에 새로 한복을 저렴하게 맞춰봤자

그 퀄리티를 어따 쓸것이며 그 한복은 어따 쓰누.

차라리 한복 말고 그냥 양장을 할까도 생각했으나

친정어머니의 강력한 반대와 눈물바람으로 실패하였다.

그리고 결국 폭풍검색.

그리고 찾아낸 곳은 베틀한복.

맞춤도 하고 대여도 하는데,

빅사이즈도 다양한 사이즈와 디자인을 갖춰놨다고 하고

사진으로 보기에도 디자인이나 퀄리티가 나쁘지 않았다.

가격은 솔직히...다른 동네 대여점보단 비싸지만.. 원래 비싸면 비싼값을 하는게지.ㅠㅠ

베틀한복은 체인점이라 지점도 여러 군데인데

여기저기 전화해서 상담해본 결과 의정부점이 가장 친절하고 솔직하고 디테일한 상담을 해주었다.

강남이나 홍대까지 가나, 의정부까지 가나 우리집 위치에선 그게 그거라서 의정부점으로 가기로 결정.

그리하여, 방문상담을 가서

체형과 여러가지를 고려하여 권해주시는 한복들을 이것저것 입어보았음.

사실 나는...선택지가 거의 없을수도 있다고 각오하고 간지라,

그렇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해주는 것에 감사하였음..

게다가 좀 신기했던게 속치마 가슴 부분이 밴딩으로 되어있다!

그래서 충분히 눌러주고 잘 잡아주면서도 편안한 스타일이라 굉장히 좋았다.

​그리고 보통..대여한복점 가보면, 원단이 정말 싸구려 같은 집이 엄청 많은데

한복을 아주 빠삭하게 잘 아는 건 아니지만

규방공예도 좀 하고, 내 한복도 맞춰 입어본 경험에 의하면

원단도 좋았음. 광택도 고급스럽고..

그리하여, 핑크치마는 많이 입어보았으니 패스하고

고르고 골라 오렌지치마에, 민트색소매에 은박박은 남색몸판을 가진 한복으로 결정.

결정능력 장애가 있어, 굉장히 지지부진한 오랜 고민을 하였으나

상담해주신 임정희 과장님이 정말 내일처럼 같이 고민해주시고 아닌건 아니라 말해주신 덕에 잘 결정할 수 있었음.

사실 한복 찾으러 갔던 날,

하필 동명이인이신 분이 있어서 ㅠㅠ  뭔가 미스가 났었지만....

너무 죄송해하시면서 빛의 속도로 일처리를 해주시고 오히려 더 세심하게 잘 봐주셔서

결과적으로 아무 무리없이 이쁜한복 꼼꼼히 챙겨받아 대여했음. 

게다가 사진엔 미처 안 나왔지만 미안하다면서 

뒤꽂이도 이쁜거 여러 개 대여해주시고 노리개에 향대까지 골고루 잘 챙겨주시고

그덕에 한껏 치장할 수 있었다.ㅋㅋ

나보다 비싸게 주고 다른 곳에서 대여하신 친정엄마 한복은 뭔 얼룩에, 흠에, 누락된 것도 많았는데..

그거보다 저렴한데도 훨씬 괜찮았음.

사실 살을 좀 빼고, 몸이 정리된 상태였다면 더 이쁘게 입을 수 있었겠지만

현재의-_- 상태에서는 최선의 결정이었던 것 같다.

혹시 나처럼 사이즈로 한복대여를 고민하는 경우가 있다면 추천.

금액은 조금 더 나갈지 몰라도, 그 차이만큼의 값어치를 한다고 생각함.